결국 코로나에 걸렸다

2022. 4. 24. 21:44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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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목이 아파온 건 월요일 저녁이라, 다음 날인 화요일 오전에 병원에서 신속항원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목이 좀 아픈 것 같다고 생각한 건 일요일 오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가습기 안 켜놓고 자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그냥도 자고 일어나면 목이 칼칼하니 좀 아팠었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지.

회사 사람이고 누구고 다 걸릴 때 진짜 열심히 피해다니면서 수퍼음성이라고 믿었건만, 심지어 남편이 걸렸을 때도 나는 안 걸리고 살아 남았었는데! 대체 어디에서 옮았을까. 그러고보면 코로나 끝물(?)이라는 생각과 나는 정말 수퍼음성일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막판에 좀 너무 많이 싸돌아다니긴 했다. 토요일 낮에는 고터에서 친구랑 점심을 먹었고 (다행히 친구는 현재까지 음성) 그 전날인 금요일 저녁에는 또 다른 친구랑 합정 상수를 누비면서 불금을 보냈고 (아직 별 말 없으니 그녀도 음성), 목요일에는 아무도 안 만났는데, 어디까지 역추적을 해 들어가야 나의 코로나가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될까. 어쩌면 그냥 길에서, 버스에서, 전철에서 옮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월요일 저녁에는 확실히 목이 아프다고 느꼈고, 이것은 여느 때의 고통과는 다르다는 감이 오자마자 집에 남아있던 자가진단키트를 해봤지만 음성. 그러더니 한 3시간 사이에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노로 바이러스를 제외하면 여지껏 그 어떤 바이러스도 이렇게 활성화의 징조를 온 몸으로 빠르게 전달해 준 적은 없었기에 이것은 내가 처음 만난 바이러스, 코로나인 것이 확실했다. 자가진단가키트는 절대 믿지 말라는 수많은 양성인들의 조언이 떠올라 그 날 밤은 남편이랑 셀프 격리를 시작하고 다음 날 아침 병원 문 열자마자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리고 양성.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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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복잡한 ‘휴가 쓰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 화, 수, 목, 금, 4일을 자가격리 하면서 재택으로 거의 풀 근무를 했다. (심지어 안 터질 일도 터지고 터질 일도 터지는 격한 업무 폭풍 ㅠ) 매일 밤 잠들기 전과 매일 아침 자고 난 직후에 목이 진짜 오지게 아팠고, 오전에는 좀 괜찮은 것 같다가, 점심 때쯤 지나면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두통과 함께 두 눈 뜰 힘도 들어가지 않는 나른함이 몰아치고, 몸살 걸린 사람처럼 등허리가 쑤셨다. 중간중간 가슴 뻥 뚫린 것 같은 불편함과 함께 기침도 났다. 내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아프고 식욕 없어도’ 밥을 잘 챙겨먹으라고 걱정하던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의 식욕은 코로나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아직까지는 냄새가 안 나는 후유증도 없어서, 매끼 밥에 반찬 올려서 잘도 먹었다. 조금 자극적인 음식을 삼키면 목구멍이 좀 아프긴 했는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음.

약은 병원에서 무료로 3일치를 지어줬는데 그걸 다 먹고도 별로 차도가 없어서 처방을 한 번 더 받았다. 확진 받았던 병원에 전화하면 의사선생님이 전화로 진료 봐주고 처방 내려주신다. 약은 다행히 남편이 받아다줬다. 그리고 수많은 양성인들의 두번째 조언이었던 ‘병원 약만 믿지말고 싸제 약을 있는대로 사 먹어라’라는 말을 받들어 인후통 약을 추가로 사다 먹었다. 그렇게 일하고 밥 먹고 약 먹으며 버티고 버티다 금요일 퇴근 후 잠에 든 나는, 토요일 점심 때 쯤 일어나서 남편이 시켜먹고 남긴 찜닭에다가 밥 한 그릇을 대충 먹고 다시 잠들어서, 일요일 새벽 2시에 잠시 깨어 방황하다가 또 다시 잠들어서, 일요일 오전 11시쯤 완전하게 일어났던 것 같다. 확실히 푹 자고 나니까 열도 내린 것 같고, 지난 며칠 간은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목구멍이 너무 아파서 아침이 두려웠었는데, 목구멍도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완쾌하는 것인가 하는 마음에 들떠서 밀린 청소도 하고 택배도 뜯으면서 좀 깝쳤더니 바로 컨디션 난조 됨. 약 때문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 둘 다인지, 몸이 그 전만큼 아프지는 않은데도 힘이 없고 무기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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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이 제일 고역이었을 것이다. 분명히 집사가 집에 있긴한데 놀아주지는 않고 계속 누워서 잠만 자고, 밥그릇도 물그릇도 제때 안 갈아주고, 화장실도 제 때 안 갈아주니, 삶의 질이 얼마나 떨어졌겠는가. (남집사가 있지 않냐고? 내 말이 그 말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내가 아플 때면 항상 그렇듯이, 보채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나를 계속 기다려주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조금 살만한 것 같아서 일어나 움직이면 그제서야 조금씩 따라다니면서 눈치보고 부르고, 내가 다시 앓아눕는 것 같으면 또 각자 조용히 자리잡고 누워서 잠이나 자면서 기다리더라. 원래 밤마다 싸움도 하고 우당탕퉁탕도 잘 하는데 그러고보니 요 며칠 그런 소리를 못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너무 곤히 잠들어서 못 들었나) 정말 기특한 아이들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 이렇게 착한 냥이들이 나타났는지 나는 정말 복 받은 집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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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집사 말이 나온 김에, 동거인의 병간호 레벨을 평가해보자면, 나를 걱정해주는 마음에는 별 다섯 개, 걱정해서 하는 행동에는 별 두 개 드립니다. 사실 두 개도 많다.

죽도 시켜주고, 약도 받아다주고 그러기야 했지. 그러나 주중에는 내가 거의 풀 근무하면서 깨어 있기도 했고, 내가 먹은 그릇 설거지 정도는 직접 하면서 집 안 꼬라지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24시간하고도 몇 시간을 더 누워서 지낸 이번 주말 끄트머리에 겨우 정신 잡고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보니, 내가 앓아눕기 전에 있던 것도 그대로, 그 이후에 먹고 마신 것들도 그대로, 고양이 관련 일은 당연히 (내가 안 시켰으니) 안 했고, 뭐 그냥 모든 것이 다 그대로였다. 나라면 동거인이 몸져 누우면, 일어났을 때 먹을 것도 챙겨놓고, 주말에 같이 하던 집안 일도 혼자 해놓고, 안 하던 일도 하고, 안 시킨 일도 하면서, 동거인이 정신 차리고 일어났을 때 다른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먹을 거나 챙겨 먹고 다시 누워도 되도록 해줄 것 같은데… 그래… ‘나라면’이라는 가정은 소용이 없다. 남은 내가 아니니까.

이럴 때 마다 우리 어무이가 왜 본인이 편찮으셨을 때나 집을 비웠다 돌아오신 후에 언니나 내가 집안 일을 안 해두면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셨는지 진짜 너무 너무 이해가 간다. 다 같이 사는 집에서 다 같이 해야할 일을 엄마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무식했던 어린 시절 나를 반성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벌 받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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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기도 긴 팬데믹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쏟아져서인지 때로는 코로나가 허상의 어떤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엔 우한폐렴이라면서 특정 국가 차별이 쏟아졌다. 이후엔 역학조사 결과가 나돌면서 온갖 사람들의 신상이 까발려지고 가십과 루머가 판을 쳤다. 백신도 못 들여오는 정부라며 욕하던 언론은 이내 백신 못 믿는다며 난리를 쳤다. 어른들이 회사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커피를 사마실 때, 아이들은 유치원도 학교도 못 가고 집에 있었다. 전철 안에서 턱스크 썼다고 시비가 붙어 썅욕 박고 싸우는 사람을 인터넷 짤이 아닌 실제로 보기도 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스토리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인데 현실감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걸려보니 이것은 너무 현실이다. 아픔도 현실이고, 갈등, 차별, 두려움, 무력감 모두 현실이다. 증상이 낫고, 기침이 사라지고, 마스크를 벗는 그 날이 오면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현실을 살 수 있을까.

며칠 째 침대 옆에서 나만 기다리는 고양이들 간식이나 주고 자야겠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쓰고 싶었던 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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