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자키 공원 역에서 내리면 교토시미술관은 공사 중이고, 그 맞은 편 회색의 작은 건물이 국립현대미술관이다.


MoMa가 아니면 안 된다는 내 마음 속 사대주의를 개나 주기 위하여 4x0엔을 내고 들어갔는데, 4층의 콜렉션 전시 외에 다른 전시는 없다고 했다. 그래도 좋다고 들어갔는데 규모가 작아서 금방 둘러봤다. 그래도 색다른 느낌이긴 하더라.


이 날 미술관에서의 수확은, 벨기에에서 후기 신인상파 점묘화를 배우셨다는 오타 기리조의 1915년작 소녀 였다. 마네모네 그림에서나 볼 것 같은 화풍으로 일본 소녀를 만나는 미묘한 감동.


4층 휴게 공간도 고즈넉하고 좋아서 기온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블로그도 쓰고 사진도 정리하면서 조용히 쉬었다.


그리고 살짝 버스를 타고 기온으로 내려가서 일단 응커피로 유명한 아라비카를 찾아갔다. 까페라떼 진짜 존맛.


그런데 알고보니 그 쪽 길이 니넨자카를 마주보는 곳이라 사람이 겁나 많았고, 기요미즈데라 올라가는 길이랑 이어져서 얼떨결에 나도 구경을 했는데, 정말 교토 관광객은 다 모여있는 것처럼 붐볐다. 아니 나의 한적한 교토 어디갔어.


그러나 입장권 내고 들어가면 지쇼지 못지 않은 즐거움이! 본당인지가 공사중이었음에도 한바퀴 천천히 돌면서 시원한 경관과 한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초입에 사람 너무 많고 건물이 너무 시뻘개서 약간 비호였는데, 한 바퀴 돌고 나와서 사랑에 빠짐.


내려와서 야사카 신사 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금방 한산함을 되찾는데, 네네의 길이라고 료칸 같은 옛날식 숙소들이나 식당, 까페가 숨어있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야사카 신사도 왠지 좋아보였지만 힘들어서 구경은 다 못 함.


반대로 기온 거리가 20년 전(헐 20년전??) 왔을 때랑 다르게 뭔가 우중충하고 무서운 느낌이었는데 대체 뭘 어디서 구경하고 돌아다녀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 옛날에 언니랑 무슨 전통 공연 보고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그래도 사진 몇 장 건지고, 토리세이 꼬치구이 먹으러 가려고 다시 걸어갔는데 화요일엔 쉬는건지 문을 닫아서 ㅠ 다시 가와라마치로.


가와라마치에서 살 것도 별로 없는데 헤매면서 방황하다가 결국 한시간 웨이팅으로 유명한 마키노 텐동 번호표를 받아놓고, 마음에 드는 편집샵mumokuteki 에서 사이즈 없는 신발을 찾아 헤매며 참아내다가 들어갔다.


생선살이랑 달걀까지는 진짜 감동적인 맛이었는데 붕장어가 겁나 비려서 바로 뚜껑 덮음. 아 내 저녁 ㅠ 데라마치를 벗어나 호텔까지 걸어오는 길에 더 맛있어 보이는 집이 많았는데 엉엉 ㅠ

내일은 마지막 날, 집에 갈 준비를 한다.

Posted by bb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