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웨어보이

2010. 12. 8. 23:57my mbc/cinéma


#.
존 레논.
당신은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배트맨비긴즈도 아니고 존레논비긴즈라니,
한국에서 붙인 이름을 들었을 땐 뭐야 그게 했는데,

노웨어보이라니깐 왠지 밥 딜런 영화 아임낫데어도 생각나고,
난 워낙 옛날부터 비틀즈음악을 좋아하기도 했고,
멜로디가 괜찮다고 추천하기도 했더래서,

일단 보러 갔다.
결과는 대만족.



#.
애론 존슨.
당신이 킥애스의 그 킥애스라고 내가 어찌 상상이나 했겠나요.
게다가 그 영국발음과 알고보니 훈남인 페이스*_*

당신의 연기에 일단 박수.



#.
영화에서 그려내는 비틀즈 이전의 존 레논은,

약간은 제임스딘 같은 반항아 캐릭터에,
잉글리쉬브렉퍼스트에 담궜다 뺀 것 같은 그 악센트와,
해리포터 안경에서 레이반 화보 스타일로 갈아타는 센스를 갖춘,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이었다.

우여곡절로 가득 찬 그의 가족사는 그를 미쳐버리게 할 것만 같았고,
그저그런 날라리 고등학생 나부랭이로 사는 것 말고는 그에게 다른 해답은 없었다.



#.
그런 그가 음악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단 하나, 그의 엄마.
롹앤롤은 섹스- 라며 춤추고 노래하고 기타를 치는 그의 엄마다.

떠나간 엄마는 빈 자리였고,
돌아온 엄마는 여자였으며,

그녀에게 배운 것이 음악이었고,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음악이었다.



#.
don't be silly.

그녀가 줄창 읊어대던 대사가 존 레논의 입에서 나왔을 때,
눈물이 줄줄 흘렀다.

언제나 냉정한 태도로 극 모범적인 삶만을 지향하는 그의 이모는,
엄마가 채워주지 못 한 빈자리를, 심하게 강경한 스타일로나마, 채워준 사람.

그녀가 가져왔던 삶에 대한 태도는,
그녀의 동생이 가진 그것과 극히 상반되는 것으로,

그렇게 해야지만 조카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다고 믿고,
누구도 그녀에게 강요한 적 없는 책임감을 그렇게 혼자 어깨에 진 채로,

아마도 그렇게 혼자 모든 감정을 눌러 담으며 살아왔던 거겠지.

뒤로 갈 수록 약한모습을 드러내는 그녀를 보니,
가슴이 아프면서도, 마음이 놓이는 그런 기분이었다.



#.
이 상반된 두 여자 사이에 선 존 레논은,

엄마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과 이모에 대한 반항심, 불확실한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이 갖은 감정들을 싸안은 채로 음악을 한다.

그런 그의 옆에 때 마침,

때로는 얄밉기도 하고 질투도 나지만,
음악으로도, 자신의 삶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친구,

폴 매카트니가 등장 (오히려 이 쪽이 좀 더 천재스러움)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밴드가, 그들의 음악이,
그, 존 레논이 조금씩 완성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는 거기서 끝.



#.
누구에게나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되는 우연한 기회는 찾아오며,
누구에게나 그 시대의 아이콘, 우상과도 같은 뮤지션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되는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누구가 아닌 '그'가 되는 것이다.


영화는 존 레논은 역시 천재-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가 음악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의 삶을 탈탈 털어내가며 보여줄 뿐이다.


당대에 혹은 후대에 이르는 한 획을 그은 예술가를 이야기할 때,

뭐, 그 사람은 천재니까- 라고 일축해버리는 대신,
그의 삶을, 그가 살며 느껴왔을 그 온갖 감정을 보여주는 편이,
오히려 더 논리적이고 설득적이며, 타당하지 않은가.


#.
이런저런 좋은 노래들이 많이 흘러나왔지만,
감동의 절정은 바로 이 노래.

In spite of all the danger.



08/12/10
@UGC les ha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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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필사진
    ro2010.12.09 04:37

    시네21 in FR 에 취직했나, 폭풍리뷰ㅋㅋ

  • 프로필사진
    bbyong2010.12.09 09:37

    요새 영화붐이에요 보고싶은게 너무 많음.
    게다가 겨우 살아난 블로근데 이제 포스팅 밀릴 수 없어요.
    그간 못 쓴 영화 포스팅이 너무 많아 아쉽다능;ㅁ;